안녕하세요, 님~
한낮엔 여름, 밤과 아침으론 완연한 가을이
공기에서, 구름에서, 햇살에서, 길 내음에서 마음을 파고 들어
때론 금빛 부슬부슬대는 갈대처럼
때론 쪽빛 깊어져가는 하늘처럼
마음에도 가을이 퍼져나가는 느낌이네요
님 마음에도 가을 내음 한 웅큼 더해 줄
여덟번째 'Fable' 을 전해드려요~📬
어느세 자라난 곡식과 계절과 마음만큼
훌쩍 자라난 성장형 아이돌 밴드 'QWER'의 신곡 '내 이름은 맑음'으로
신나게 스타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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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도 나도 모르게 핸드폰 카메라를 키고 촬영 버튼을 누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 적이 있나요?!
다양한 색과 향과 소리가 풍성하게 피어오르고
낯설었던 얼굴들도 어느세 익숙해지고
분주한 일상속에서도 마음은 계절을 달리는 하루하루
더 자주 글과 사진과 기억속에 흔적을 남기고
그리워 할 수 있는 계절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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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퉤님, 신호 대기 중 구름 뒤로 금빛 논이 펼쳐져 있을 것만 같은 가을 하늘 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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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어떤 시선'에 담긴 사진들을 모두 보실 수 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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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Book Curation은 '짱고아빠', '짱고책방', 글도 사진도 트렌드도 놓치지 않는 월비의 탑지성 민혁님이 소개하는 박은지 작가의 '어느 날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었다'입니다. 아래 링크 타고 '짱고책방' 인스타그램, 블로그, 브런치도 살펴보시고 감성 충전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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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르는 운이 좋은 날이다. 우연찮게 들어간 전자도서관에서 고른 두 개의 책이 이렇게 대백인 경우는 잘 없는데 이상하게 오늘이 그렇다. 그랬다. 고양이와 책을 사랑한다면 좋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저자는 길에서 만난 수많은 길고양이와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때론 고양이가 되기도 하고 그 고양이를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 모든 상황 속으로 가만히 걸어들어가 그 한 장의 사진이 우리에게 무어라 말하고 있는지 조곤조곤 알려준다. 무엇이 행복인지, 어떤 게 외로움인지 그렇게 우리는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면 별 것 아닌 삶의 지혜에 괜히 눈물이 났다.
고양이를 키우고 매일 고양이를 바라보는 처지에 훅 들어온 고양이 이야기가, 그 고양이가 매일 우리에게 말하는 것들에 괜히 마음이 시큰했다. 이 사람 글 정말 잘 쓴다.
조금 T 같은 소리를 하자면 우리가 너무 함부로 동물을 의인화하여 고양이의 의도와 관계없이 우리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들에 대해 누군가는 지적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그 마음까지도 헤아리고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이야기를 우리의 언어로 풀어낸다.
고양이. 언젠가부터 내게 고양이는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마법의 단어가 되었다. 에피소드에도 나온 누군가처럼 나 역시 처음부터 고양이를 좋아한 것은 아니다. 그 아이가 무얼 훔쳤는지도 모르면서 나도 함부로 그네를 도둑고양이라고 불렀고 까만 밤 담장 위에서 째려보듯 반짝이는 눈을 멀리했다.
우연한 기회에 고양이를 안게 되고, 그 작은 생명이 내 품에서 골골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알았다. 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음을.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각 존재들 간에 필요한 거리를 안다. 너와 나 사이의 적당한 거리. 그 거리가 피부가 닿을 정도로 가까울 때도 있고, 때론 침대 아래 나 장롱 위처럼 손에 닿지 않는 거리일 때도 있다. 어느 날 문득 좀처럼 불러도 오지 않는 녀석을 보며 때로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가고, 가야 할 곳에 가지 못한 나를 떠올렸다.
‘조금만 일찍 내 삶에 들어오지.. ’
이제는 그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덧붙이기
어디론가 사라진 고양이를 떠올리며 나도 내 주변에 쌓아올린 울타리를 슬그머니 어루만져 보았다.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었던 그 고양이의 성향이 천성인지, 그간 좋은 사람을 만난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길에서 살아 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을 방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열쇠조차 없이 단단하게 걸어 잠근 울타리는 좋은 관계의 가능성마저 차단하고 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무나 내 울타리 안에 들여놓고 나면, 그들이 어지르고 상처 입힌 정원을 치우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몫이다.
모두에게 마음을 꽁꽁 닫는 것은 외롭지만, 쉽게 마음을 여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 고양이에게 그 이야기를 미처 해주지 못한 게, 나는 못내 마음에 걸렸다.
당신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당신은 어릴 때 고양이가 많은 동네에서 살았고 그들을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며 자랐다. 무엇을 훔치는지, 정말로 훔치는지는 잘 몰랐다. 당신은 검은 비닐봉투 근처를 서성이거나 밤길에 날카로운 눈으로 당신의 걸음을 살피는 고양이가 그저 쭉 싫었던 것 같다.
그러나 좋아하는 마음이란 제멋대로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를 뻗고 자라나고는 해서, 당신은 평생 좋아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것들을 종종 좋아하게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귀찮게 여겼던 여행을 자주 떠나고, 성가시던 어린아이를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질색하던 브로콜리와 당근을 아무렇지 않게 먹고, 어느 날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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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도서는 월비책방에는 아직 입고 전이라 고양이 유튜브 채널을 첨부했다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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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주 챌린지(31th week~34th wee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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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작가별로 읽을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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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주차에서 29주차 사이 5편의 글이 뉴스레터에서 누락되어 먼저 실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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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터뷰
“사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라고 해서 그게 알고 있는 정답대로 안 나오는 게 인생일 수 있다. 그렇다고 이걸 포기할 수 없는 게 인생이다. 막 견뎌야 하는 이상 그냥 하루하루 가장 좋은 게 지금이라고, 지금을 행복하게 그래도 남 한테 친절하게 미소 보이고 그러면 인생 잘 풀리지 않겠냐. 명랑한 사람이 결국 행복을 낚는다잖나. 행복하게 명랑하게 살아야 한다. 나를 위해서"
- 이현주, #13, 20240723.
무제
턱까지 일이 찼다고 느낄 때 이상한 양가 감정이 든다. 도망가고 싶거나 미친듯이 일하고 싶거나. 내 마음은 두 선택지 사이에서 외줄을 타고 있지만 K-직장인은 이미 일을 하고 있다.
- 전수림, #14, 20240726.
첫줄
첫 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생각이 많았던 요즘이다. 사업디자인서, 사업결과보고서, 후원자들에게 보내야 하는 아이들의 성장보고서의 첫 줄....
오늘은 오랜만에 일기장 첫줄을 써보아야 겠다.
- 이현주, #14, 20240814.
무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여름이었는데 아침 저녁으로 아주 살짝 선선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살짝 숨통이 트인다. 그리고 기분이 사알짝 좋다. 물론 금세 더워져버리고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지는 선선함이지만 잊지 않고 밤마다 새벽마다 찾아와주니 고맙다.
- 전수림, #15, 20240816.
처서매직
24절기 중에 열 네번째 절기로 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그 절기, 처서. 그 처서에 매직이라니. 동양과 서양의 만남, 음양의 조화를 넘어 대통합의 기운이 느껴지는 이름 너머에 자연의 신비가 숨어 있었다. 처서만 지나면 날이 선선해진다고 특히 올 여름이 더워서 고생했던 많은 사람들이 처서만을 목빠지게 기다렸는데, 그 처서가 왔는데 시원해지지 않는다며 올해 처서에는 매직이 없다고 사람들이 난리다. 그러나 나는 그 매직을 영접했다. 어젯밤에 에어컨 안 틀고 창문 열어 놓고 잤는데 꿀 잠 잤다.
- 전수림, #16, 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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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사랑
하루사이 아침공기가 달라졌음이 느껴진다. 축축한 사우나 열기 같았던 바람이 사라졌고, 뜨겁게 내리던 햇빛은 기세가 누그러져 부드러운 햇살이 되었다. 이 크신 하나님의 사랑이 또 어디에 있을까.
- 이현주, #15, 20240901.
뭐라는 거니
올해는 상반기부터 연차 사용 촉진으로 별일 없는 데 휴가를 몇 번 썼다. 거실 쇼파에 누워서 하루 종일 있으면서 하루 한 끼(일하지 않아 배도 안고팠고, 이왕 먹는 거 참았던 라면을 먹자 해서 짜파게티를 행복하게 끓여 먹었다.)를 먹은 적도 있고, 메신저를 오프라인으로 하고서 야금야금 연락이 올 때마다 즉각 답을 하기도 했다. 물론 병원도 가고 또 병원도 가고, 그리고 병원 가는 일로 휴가를 쓴 적도 있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연차 일수가 남았다. 쓰기는 써야 하는 데 이제 더 뭘 하나. 심심하니까 휴가 내고 일하면 되나. 누구 말대로 반반차를 40번 쓰고 남은 날은 또 어떻게 쓸 방법이 나오니까 그렇게 할 까. 아니다, 반반차 내면 또 일 하다가 1시간 남겨 두고 퇴근할텐데. 정말 나는 올해 휴가를 어떻게 쓸 지 모르겠다. 아휴, 어떻하냐, 10월 1일이 임시공휴일이 될 지도 모른다고 한다.
- 박경선, #31, 20240903.
무제
쉴 틈 없이 캠프 캠프 캠프 그리고 캠프를 다녔다. 아얘 배낭을 꺼내놓고 한 달 내내 집어넣지 않았다. 빨래를 할 틈이 없어서 옷을 몇 벌 더 구입해서 캠프를 가기도 했고, 날이 너무 더워서 기능성 티셔츠만 입으며 생존형 인간으로 여름을 보냈다. 캠프를 다니느라 기다리던 월급날도 잊었다. 돈 쓸 시간이 없다는 말이 뭔지 이제 알겠다. (여름방학이 끝난 지금은 돈이 없어서 못쓴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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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첫 캠프에 아이들과 울산바위를 올라갔다. 숲을 오르는데 바람이 강하게 부니 나뭇가지가 부딪히면서 파도가 쳤다. 윤슬은 바다에만 있는지 알았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숲 속에도 있었다. 또 높은 돌산을 오르는데 바람이 강하게 부니 바위틈으로 오묘한 노랫소리가 들렸다. 자연 속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절로 경외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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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만나 어떻게 지내왔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2년 전에 만났을 때는 마냥 어린이 같았는데 약간의 허세를 넣어 자신의 좌충우돌 경험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기특했다.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이렇게 보람 있는데 부모는 얼마나 더 기쁠까
를...
- 유수경, #7, 20240905.
무제
딸한테 감기가 옮았다. 열이 39.5도까지 오르던 딸을 며칠간 챙기다 보니 딸은 다 나았고 나는 심하게 감기가 걸려버렸다. 그래도 내가 아픈 것보다 딸이 열이 안나는 것이 더 게행이다. 주섬주섬 비타민 C를 뜯어 입에 털어 넣는다.
- 전수림, #17, 20240906.
누굴 좋아한다는 게 이유가, 그런 이유가 어딨겠어
누굴 좋아한다는데 이유가 그런 이유가 어딨겠어
그저 어느 누가 맘에 들면 그냥 맘에 드는 거지
나는 날아 날아 올라 그대와 함께 있을때면_김현철 <연애> 중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세기 말에는 그랬다, 이유가 없었다. 삼시세끼 먹고 식간에 햄버거 사 먹고, 야자가 끝나는 밤 10시에 집에 돌아와 자는 그 바쁜 고등학교 시절에는 누구를 좋아하는 데 이유가 없었다. 그런 줄 알았다. 이유가 있을 수 없었다, 궁금하지 않았으니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 대한 조건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왜에 대해서도 답이 필요 없었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오면 좋아하는 것이었고, 함께 있을 때 날아가는 듯한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이유 없이 누구를 좋아할 때가 내게도 다시 올 까? 부모님 말고 날 이유 없이 좋아할 사람은?
이러다 나 다음에는 가을 타나봐_바이브_를 쓰겠다. 아이고.
- 박경선, #32, 20240906.
춤
음악에 맞춰 몸을 최대한 유연하게 움직여보려 해요 머리를 어지럽히던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움을 느껴요 리듬 타며 움직이는 나의 몸을 보며 살아있음을 느껴요 어쩌면 인간을 살게 하는 것은 빵과 떡 뿐만이 아닌가 봐요 이 순간이 저는 너무나 행복합니다
- 강하람, #8, 20240906.
기도
내가 이 밤에 기도하는 것은
내가 마음에 품은 꽃 잎 같은
가족, 친구, 지인, 모든 인연들이
그 마음에 다정함을 잃지 않기를
메마른 사막같은 나라도
오아시스를 쥐어짜 몇 방울의 촉촉함이라도
전해줄수 있기를
어둔 밤일지라도
가로등 불빛 아래 환한 밤이기를
켜진 가로등 하나 찾기 어려운 밤이라면
반딫불이같은 나라도
하루의 숨을 다해서라도
밤새 빛을 비춰줄 수 있기를
그대들의 밤은 오늘도 다정하길
기도합니다.
- 김경태, #37, 2024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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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
지난 6월부터 출석중인 교회는 매 주일 예배 때 성찬식을 한다. 본래 교회의 전통에서 성찬은 세례와 함께 정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예배라고 하는 것이 현대 사회에 맞게 계속 변화하고 재정립되다보니 으레 성찬식은 개신교회의 큰 절기나 주요 행사때만 행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도 이미 나누어져 있는 빵과 잔을 교회의 장로들이 돌며 각 자리에 앉은 이들에게 전달을 해주는 형태로 말이다.
출석중인 교회의 성찬의 형태는 이러하다. 먼저 집례를 맡은 목사님께서 한 덩이의 빵을 반으로 찢고, 이것이 주님의 몸 임을 선언한다. 그리고 한 그릇에 담긴 포도주를 들고 이것이 주님의 피 라고 선언한다. 그러면 성도 중 한 사람이 앞에 나와 목사님과 성찬을 서로 선언하고 주고 받은 뒤, 예배에 참석한 모든 성도들이 (갓난아이부터 가장 큰 어른까지) 앞에 나와 목사님이 찢어주는 빵 한조각을 포도주에 적셔 먹으며 이 예식에 참여한다. 성도들을 대표하여 가장 먼저 성찬을 받는 앞에 나가는 이는, 이후 포도주가 담긴 그릇을 들고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님의 피 입니다.’ 라고 선언하며 눈을 맞추게 된다.
어제 밤, 담임 목사님으로부터 주일 예배에 참석하냐는 카톡을 받았고, 목사님은 이 예식에 포도주 그릇을 들고 있는 그 한 사람으로 나를 초청해주셨다. 예배의 수 많은 순서들이 있지만 성찬의 감격을 늘 한껏 느끼는 사람으로서, 이런 귀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칼답으로 감사하다는 의사를 전달해드렸다.
성찬예식이 시작되면 목사님과 대표자 한 사람 이후에 아이들이 먼저 이 예식에 참여하게 되는데, 작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주님의 피 입니다.’ 라고 선언해주고, 아이들의 똘망 똘망한 눈과 목소리로 ‘아멘.’ 으로 화답받을 때의 기쁨이 있었다. 아이들이 어찌나 사랑스러웠는지, 오늘 행복 치사량은 최대치를 찍었대도 과언도 아니다. 그리고 곧 이어 모든 성인 성도들과 눈과 눈을 맞추며, 아멘에 동참하는 것으로 성찬 예식을 잘 마치게 되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자리라 나는 여지없이 긴장하고 조금 떨었지만, 이내 곧, 성찬의 감격과 기쁨, 함께 하는 이들과의 연대감과 오늘 여전히 조금씩 천천히도 연결되어져감을 느끼며, 그리고 내 앞의 한 그릇의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피라 선언해보는 색다르고 영광스런 경험을 해본 것이 좋은 날이 되었다.
성찬은 곧 ‘우리’를 위해 찢기시고 피흘리신 그리스도를 기억함과 동시에, 한 빵과 한 잔에 참여하며 우리가 하나됨을 이루어가겠다는 복되고 발칙하며 주제넘는 고백을 담은 예식이 된다. 아직 만 1세도 되지 않은 것 같은 어떤 어린 아기부터 백발의 큰 어른까지 우리는 함께 한 아멘에 동참한 것이고, 그래서 교회라고 불러도 된다라고 말해봐야겠다.
‘주님의 피 입니다.’
아멘.
- 안경준, #35, 20240909.
클래식
영화 클래식을 봤다. 드디어 봤다 드디어.
누군가 내게 가장 순수하고 순박한 사랑이 무어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영화를 소개해야겠다.
20년도 더 된 영화지만, 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해야겠다.
조승우 손예진 조인성 배우의 찬란한 청춘의 순간이 담겨 있는 것도,
각 시대 안에 녹여져 있는 청춘들의 사랑의 자락들도,
아름답다는 말 말고 좀 더 잘 표현하고 싶은데 되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인,
찬란하고 예쁜 영화였다.
기가 막힌 음악들에 더해,
조인성 배우와 손예진 배우의 높디 높은 콧날에도 한 번 더 놀랐다.
20년 전 영화다보니,
지금 시점에서 괜시리 오글거리는 대사들과
지금과는 사뭇 다른 말의 높낮이와 흐름이
조금은 낯설고 낯간지러웠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이 대사 하나로 정리 해둬야겠다.
“우산 있는데, 비를 맞는 사람이, 어디 저 하나 뿐이에요?”
- 안경준, #36, 20240909.
화개장터
“구경 한번 와보세요
오시면 모두모두 이웃사촌
고운 정 미운 정 주고 받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화개 장터”
별안간 이 노래에 빠져버린 덕분에 (조용필 선생님의 단발머리와 함께)
코노를 이틀 연속으로 가버렸다.
부를 때마다 신나지만 또 울컥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내가 살아가는 지금의 시대가
혐오와 차별과 분열의 시대 같아서 이기 때문이다.
뭐 인간사가 언제는 대단한 화합과 평화의 시대였겠냐마는
그래도 지금처럼 서로 대화 조차 단절된 시대가 있었겠나 하는 생각이 드니,
이 오래된 노래의 가삿말이 이토록 사무치는 것이다.
모두모두 이웃사촌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저는 조금씩은 되어가보겠습니다.
- 안경준, #37, 20240909.
주의 사랑이 목마름 채우고
주의 위로가 눈물을 닦으니
16시 33분, 사무실. 반반차할 껄. 아 시간이 잘 갔었는데 오늘따라 잘 안가네.
왜. 왜. 왜!!!
日職集愛加高拾多
일직집애가고십다
하루 일은 애정을 모아서 해야 능률도 올라가고 얻는 것도 많다.
溢職加書母何始愷
일직가서모하시개
일거리가 넘치는데 서류 들고 집에 가봤자 아이 엄마가 좋아 하겠는가.
河己失音官頭登可
하기실음 관두등가
강이 소리를 내지 않고 묵묵히 흘러가는 것처럼 열심히 일해야 승진할 수 있다.
街己失音壹河登可
가기실음일하등가
아내 딸하고 오순도순 살려면 더 열심히 일하자
日晩下眠 欲那悟持
일만하면 욕나오지
일하느라 날마다 늦게 잠드니 하고자 하는 일에 어찌 깨달음을 지니지 않겠는가
質閼何苦 鹽昞下耐
질알하고 염병하내
속마음을 숨기면 어찌 괴로울 일 있겠냐마는 소금과 빛처럼 자신을 낮추고 인내한다
주님의 은혜가 필요한 이 땅에서 이곳에서 주와 함께 노래하리라, 워~ 워어어~워어~워.
- 박경선, #33, 20240912.
손
여러분 안녕하세여
저를 사랑하시는 분은 손 좀 들어봐주시겠어여..? (아무도 없다)
그때, 누군가 손을 든다 번쩍 든 그의 손에는 못자국이 선명하다
- 강하람, #9, 202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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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이 올라가 터지는 그 순간이 있어야 시작되는게 사랑인줄 알았다
플래쉬가 터지는 그 순간이 있어야 그런줄 알았다
자고 일어나면 어느세 창문 가득히 맺혀진 습기처럼 시작되는게 사랑이더라
- 김경태, #38, 20240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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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둥근 달 떴다 안 떴다
보일락 말락하여도
당신 마음엔
낮이나 밤이나
한가득 따스함 꽉꽉 찬 보름달
끈 달린 기구처럼
너른 하늘로 어둠 속으로
날아가는 일 없이
딱 붙어 그윽하게 비춰주길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기를
행복하게 소망합니다
- 김경태, #39, 20240917.
나홀로 산행
나무와 바위를 의지해본 산행이었다. 살면서 언제 나무와 바위에게 빚을 져보겠는가. 나무가, 바위가 내내 고마웠던 것이다. 하산을 하고 입구까지가 약 1키로 남은 시점에서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천둥 번개 치고 비오는 데 괜찮니?‘ ’여긴 비 안와.‘
라고 답을 하고서는 가까운 계곡에서 세수를 마치고 구부린 무릎을 피자 마자 비가 쏟아 부었다. 이상하게 비를 그냥 맞고 싶었다. 이미 땀에 흠뻑 젖은 옷, 비 맞는다고 더 젖는 느낌도 아닐거라서
언제 또 폭우를 맞으며 걸어보겠냐 하고 그냥 걸어나갔다. 재밌는 사실은 나무 그늘 터널을 지날땐 비를 덜 맞았다는 것이다. 비를 흠뻑 맞고 산 입구에 있는, 아침에 깁밥을 샀던 식당에 들어가 감자전과 막걸리를 시켰다.
혼자 750ml의 치악산 막걸릴 들이키니 거나하게 취한다.
그리고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표를 좋은 타이밍으로 줍줍하고 식당을 나서니,
하루에 몇 대 있지도 않은 버스가 곧 출발 예정이라 화장실 부리나케 다녀와서 버스에 몸을 구겨넣었다. 뭐 이런 날이 다있노.
(강원도는 이런 사투리를 쓰진 않는데, 왜 이따구로 써놨을까. 취해서 그랬던 것 같다.) 좋으니, 기록함.
- 안경준, #38, 20240919.
나뭇잎
벌레들이 수도 없이 갉아먹어
군데군데 구멍투성이인 나뭇잎이 있다
농약이나 약품에 닿지 않은
순수하고 깨끗한 나뭇잎이 가지에서 떨어져
벌레들이 갉아먹고 난 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나뭇잎은 순수했고 진심을 다해 살았을 것이다
그걸 안 벌레들이 마음 놓고 갉아먹었을 것이다
비록 나뭇잎의 순수와 진심은 본인을 아프게는 하였으나
분명 타 생물들에게 이로움을 가져다주었을 것임을
나는 알 것 같다
- 강하람, #10,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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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사에 감사하라
키가 작으니 모든 것을 우러러보게 되고
그리 예쁘지 않으니 불필요한 관심으로부터 피곤하지 않아도 되고
풍족하지 않으니 작은 것 하나에도 귀히 여기게 되고
유능하지 않으니 겸손을 알아 무능한 자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고
마음 안에 사랑이 없으니 그리스도가 베푼 사랑이 얼마나 숭고하고 위대한 것인지를 알 수가 있어서 나는 참 감사한 일이다
- 강하람, #11, 20240925.
가을 옷
더는,
버스에서 내릴 때 찝찝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니
집 오자마자 에어컨부터 틀지 않아도 된다니
국밥 집에서 완뚝 후 땀 흘릴 일이 없다니
요즘 같은 시기의 특권이다 참
그치만,
단 하루 사이에 바뀌어 버린 날씨가
무언가 왜 씁쓸하면서도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한 걸까
#globalboiling
- 유하선, #11,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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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찌 꽃길만 걸을 수 있겠습니까
살아가다 보면 발걸음에 낙엽 치이고
때때로 빗물에 잠길 텐데
꽃길만 걷는 자가 어찌 세상의 슬픔과 고통을 자세히 이해하겠습니까
눈 내리는 길에 발은 종종 얼어붙고
칼에 취한 밤이면 해당화도 이리저리 흩날릴 텐데 '
-'칼에 취한 밤을 걷다' 71화 중, 유진성-
유진성 유니버스의 5개 작품을 n회째 읽고 있다.
그 중 특히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가 '칼에 취한 밤을 걷다'인데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 하는 순간들이 많다.
반복해 읽다보니 특히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의 검은 면과 밝은 면 사이에서 고심하며 그 균형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심리가 잘 들어난 저 문장 역시 그렇게 눈에 밟히는 문장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기준을 삶에 적용하며 살아갈 순 없다.
각자가 처한 현실이 저마다 다르고 날마다 시시각각 바뀌니까.
상황에 적절한 균형점을 한 곳에 못 박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란 어딘가 외딴 섬이나 깊은 산속이나 세상과 동 떨어져 살아가는 수도자나 홀로 위대하고 다가진 독재자나 적용 가능하리라.
꽃 길을 걸을때는 스쳐가는 이파리 하나도 다치지 않게 걷는 게 밝은 면이라면
가시밭 길 걸을때는 내 가는 길에 놓여진 가지들만 칼로 쳐내며 걷는 게 밝은 면일테니까.
- 김경태, #40, 20240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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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9월은 어땠나요?
9월 저의 키워드는 '다시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12년만에 미국살이를 청산하고 돌아온 친구와의 재회하며 우정을 다시 이어가게 되었고 지난 2개월 '일자영활(일상의 자극과 영감을 주는 활동)'과 함께 멈춤 버튼이 눌러졌던 일상의 다양한 루틴도 다시 하나씩 시작할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그리웠던 '일자영활' 역시 두 달간의 방학을 마치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다시 오픈했는데 저 포함 네명이 참석해 서로의 낯선 감성을 알아 가고 받아들이며 서로에게 자극과 영감을 주며 교양과 위트 넘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호스트로 최고의 저녁 식사와 멋진 서울 야경과 티 타임까지 인도해주신 안경준 작가님에게 감사와 박수를 전해드립니다~👏👏👏
지금 뉴스레터를 읽고 있는 페이블러 누구나 언제나 '일자영활'의 호스트가 되실 수 있으세요~! 꼭 이곳이 아니더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나만의 지식과 감성을 나누며 나의 외침이 메아리로 돌아오는 경험을 일상속에서 더 많이 도전하고 쌓아가시면 계절은 겨울이 돌아오더라도 님의 마음은 항상 시원한 바람 부는 여름 밤일꺼에요🧡
42주 챌린지에는 여덟분의 작가분들이 참여해 19개의 문장들이 더 채워졌습니다. 올해 남은 두 달동안 계절처럼 더욱 다양한 색채로 저마다의 색깔을 담은 글들이 물드는 FABLE 기대해주세요~🤩
님~!
'42주 챌린지' 계속 관심 가져주시고 구독 끊지마시고 '일자영활'에도 일정되시면 같이 체험하며 2024년 끝까지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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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지난 5월 첫번째 은하수 원정대는 날씨의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그 아쉬움을 잊게 해줄 두 번째 은하수 원정대 활동으로 한 번 더 도전 해보려고 합니다~📷✨
두 눈 가득 하늘의 별을 담아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에 님을 초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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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강원도 정선, 태백 일대
🕙스케쥴:
10월 31일(목) ~ 11월 1일(금)
하이원리조트 마운틴콘도 1박을 예약해두었습니다.
최대 7명까지 숙박이 가능해서 저외에 선착순 6명까지 신청 받아 다녀오려고
합니다.
출발 시간과 교통편 등은 인원이 확정되면 논의 후 확정할 예정입니다.
날씨 상황에 따라서 실패하게 될 경우에는 운탄고도 트레킹 및 동해 일출 등
활동으로 대체 될 수도 있는점 미리 안내드립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위 링크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문의주세요~😁
📷준비물:
카메라가 있으신 분은 카메라, 없으신 분은 핸드폰, 마음에 담고 싶으신 분들은
촉촉한 눈과 감성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일자영활'은 누구나 각자 호스트가 되어 개별의 주제와 일정으로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님만의 일상에 자극과 영감을 주는 찾아서 혼자 하셔도 되고, 함께하고 싶은 활동은 언제나 공유하고 초대해서 모두와 함께 하셔도 됩니다. 일자영활에 대한 공지는 지금은 제가 호스트인 활동만 뉴스레터에 담고 있는데 미리 말씀해주시면 뉴스레터에 내용을 담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일자영활의 게스트는 활동작가가 아닌 구독자분들도 참석 가능하고 지인분과도 같이 참석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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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소리함을 클릭해
어느 글이 좋았는지
어느 작가를 응원하고 싶은지
아쉬웠던 점
읽으며 들었던 생각
편하게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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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le>은 맴버들과 연간 다양한 활동과 글쓰기 '42주 챌린지'(2월 부터 11월까지 매주 한 줄이든 한 문장이든, 이야기 한 편이든 자유롭게)를 함께 하며 페이지를 채워나가고 연말에는 글과 활동 사진을 엮어 한 권의 책을 완성하려고 합니다.
님의 일상에도 한 방울의 영감을 더해주는 <Fab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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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LE>
발행인 : 옆집오빠
편집부 : 허작가님, 안경
활동작가 : 강하람, 김경태, 박경선, 안경준, 유수경, 유하선, 이현주, 전수림
kyeongtae_kim@worldvision.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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