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바쁜 일상에도 뭉게뭉게 피워오르는 구름과
오렌지빛에서 황금색으로 번져가는 그라데이션 파도가 마음을 적시는
요즘 계절의 하늘을 즐기는 여유 있으시길 소망하며
네번째 'Fable' 을 전해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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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6월1일부터 7월 14일까지 기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2024 여행가는 달 캠페인 기간으로 올해는 '로컬 재발견'이라는 테마로 진행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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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 교통, 로컬여행상품까지 다양한 혜택이 준비되어 있고 6월에만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숨은 관광지'와 '체험 프로그램'들도 있다고 해요(△아산 외암마을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 △하동 섬진강 재첩잡이 △예천 천향리 석송령 등등).
여행가는 달 홈페이지 방문해서 살펴보시고 낭만과 감성 가득한 여름 즐기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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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뉴스레터부터는 매월 계절에 맞는 책을 추천하는 Book Curation 코너가 여는 글에 들어갑니다.
6월 Book Curation은 '짱고아빠', '짱고책방', 글도 사진도 트렌드도 놓치지 않는 월비의 탑지성 민혁님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소개글입니다. 아래 링크 타고 '짱고책방' 인스타그램, 블로그, 브런치도 살펴보시고 감성 충전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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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현재 월비책방에서도 대여가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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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주 챌린지(13th week~17th wee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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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내가 시원하고 따뜻한 방 안에서 되뇌이던 생각들이 귀여운 것이 되어버리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삶이 거리에 있는 이들, 나와 일상의 모양과 내용이 전혀 다른 이들, 어쩌면 내가 정말 스스로 갖기 싫어하는 관점이지만 내 눈에 ‘비참하게 해석되는’ 삶으로 인생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눈에 버젓이 밟힐 때, 삶은 여전히도 도대체가 무언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멈출 것인가하면 또 그렇게 되지도 않는 노릇이다.
존재의 경이와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 마구간의 더럽고 냄새나던 말구유에 누인 창조주로부터 오려는가.
체취, 절은 내, 뒤집어쓴 온갖 먼지, 갈라진 발바닥. 아름다웁노라 얘기할 수 있나, 얘기할 수는 있대도, 정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나.
피라미드는 여전히도 해체되지 않아서 강 어귀 뒷골목의 냄새는 빌딩 위 루프탑 바의 축제에 가려지는 구나.
마라나타.
- 안경준, #15, 20240429.
경주
나의 시대; 국민학교를 졸업했는데 다음 해부터는 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뀌었고, 한 때 버스 탈 때는 회수권을 사용했고, 수학여행을 경주로 다녀왔으며, 수능 특차 막차였고, 2022년에는 중간고사 때문에 축구를 마냥 즐겁게 보지 못했었다. 물론 축구를 마냥 즐겁게 보지 못했던 것에 후회는 없지만.
수학여행으로 갔었던 경주를 25년? 지나 다녀왔다. 왕 벛꽃이 다 지고, 비 바람이 불어 얇은 겨울 패딩을 챙겨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우산이 계속 뒤집어져서 버려버릴 까 계속 고민하게 되는 날씨의 경주. 황남빵 한 알이 그렇게 비싼 지 몰랐는데 1200원을 주고도 호두과자랑 비등하게 맛있는 팥, 그것을 50년 넘게 끓이는 가게 옆에 우리나라 아닌 것 같은 넓은 들판과 릉이 이어져 있는 경주. KTX로 두 시간만에 닿을 수 있는 곳이라서 또 한 번 가야지 하다 가도 와서 또 뭐하나 싶은 25년 뒤에나 와 볼 까 하는 경주. 불국사-석굴암-첨성대-대릉원 이 네 곳만 들러, 7시간 경주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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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어느때부터인지 긴글을 읽어 내려가는것이 힘들어 졌다. 시력이 떨어지나? 하며 안과를 찾아갔는데 건조증이 있지만 시력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50분 짜리 드라마도 본방으로 한숨에 다 보지 못하겠다. 넷땡, 유땡, 디땡에서 빨리 넘겨가며 본다.
120분 짜리 영화 보기는 더 힘들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시력 저하 같은 신체노화는 걱정할 게 아닌게다.
세상 바쁨에 말초신경이 건들어지는 자극적인 장면들에서 내 정신 세계를 조금 들어 올려야 하지 않을까.
- 이현주, #7, 20240503.
낯설게 하기
올해 우리 교회는 ‘모든 것을 누리는 해’ 이다. 1~2월 주일 설교에서 집중해서 풀어주셨는데, 정말로 ‘하나님이 주신 모든’ 것을 ‘순종함’으로 누린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올해 우리 가정에 주신 말씀은 ‘하나님이 지키심으로 안전한 해’ (시편 121편 5-6절)이다. 그리고 나는 하나님을 믿음으로 담대한, 나만 바라보면 아주 무모한, 이전의 날들보다 조금은 ‘나의 밖으로’ 나아가는 2024년을 보내고 있다.
1월_주님 주신 일과 사람들과 화목하였다.
12월 말에 소개팅 망한 여파가 있었지만 회사가 바빠서 일 열심히 하는 것으로 엎어진 감정을 누릴 수 있었다. 욱한 게 눌러진 걸까? 북한산에 쌓인 눈을 밟으며 산행하는 맛으로 매 주말을 맞았다. 그리고 교회 시스터 모임에서 수다 한판으로 낄낄댈 수 있어서 감사했었다.
2월_여름이 소리를 지르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꾹꾹 일하고 맞은 설연휴에는 음식 준비 도와 드리고 음식 먹고, 또 먹고, 치우고, 또 치우고 그리고 끝에 소개팅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나는 “죄송하지만 안 되겠습니다.”라고 하고 말았다. 사랑 경험이 많은 사람이 좋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호 감정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만나볼까 했지만, 결국 그 사람의 여러 경험이 나는 두려웠던 거 같다. 나는 그 사람을 만기도 전에 불호라고 말한 것 같다.
그리고 며칠 뒤 교회 시스터에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대본을 받았다. 나의 장그래와 예쁜 설현의 여름 날, 제목부터 위로가 되었던 그 드라마의 대본이라니. 한 장 한 장 ‘무엇‘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다시 말해주는 것 같다.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는 아니지만 ㅋ 나의 가벼웠던 아니면 왜 무거웠는 지 모를 호 감정도, 누군가에게 불호라고 말했던 미안함도, 그렇게 지나간다. 박경선 님(하트) 힘든 건 반드시 지나가요~~
3월_정기구독을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내 준 숙제가 있었다. 매일 신문 오피니언 하나를 골라서 읽고, 그것을 오려서 노트 한 쪽에 붙이고, 서론 본론 결론에서 문장에 밑줄 치고 요약하라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종이신문 안보는 집은 어떻게 하라고 그렇게 하신 건지, 국어 과목이면 그런 거지 그렇게 까지 매일 할 일 인가, 그런데 생각해보면 언어영역에는 참 도움이 되었겠다 싶다.
그리고 어머니는 <독서평설>을 정기구독 시켜주셨었고, 나는 그 책을 중학교 내내 읽고 담임이 시키지도 않았지만 그녀가 알려준 방법으로 동일하게 그 책을 매월 읽었다. 지금 검색해보니 이 잡지는 지금도 나오는데 초등학생들 책으로 내려갔네. 아무튼 나는 <독서평설>을 사랑했다. <과학동아>도 중간중간 사보았지만, 소설과 시 등 인문계 취향으로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 책이 좋았다.
이후로 정기구독은 어머니를 위해서 큰글씨 <좋은 생각>을 보고 있지만, 나를 위해서는 없었다. 그런데 3월, <무슨 책인지는 개인적으로 물어보면 알려 드림> 1년 정기구독을 시작했다. 이번에 신청하면 1개월 더 연장해주고 10%할인이다! 혹 했다. 결제하고 책을 받아보고, 딱 1개월 열심히 읽었다. 아아. 5월 초니까 다시 시작해야겠다.
4월_모르는 사람들과 밥 먹기
내게는 누군가와 밥을 먹는 일이 좀 큰 일이다. 내 기준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밥 먹기? 그럴 바에 그냥 혼자 먹지, 어색하게 마주보고 먹는 걸 여간해서는 잘 하지 않는다. 그런 내가 ‘몰랐던’ 그러니까 일로만 만났던 동료들과 열 여덟 끼를 함께 먹었다. 출장지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이제 10년을 회사다닌 짬바로 뭐 그리 대단한 일일까 할 수도 있지만, 또 ‘밖으로’ 나를 내보낸 기회였다. 나 모르는 사람과 참 밥 잘 먹네. 흐흐.
5월_소모임 시작
어플을 설치하고 한 참을 여러 모임을 탐색했다. 실행을 마음먹기 전까지 모임 가입을 미루고 있었다. 그리고 ‘월요일’’시작’ 이라는 의미를 만들어 용기를 냈다. 가입하고 인사를 남기고 첫 모임에 나갔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니까 아주 어색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름과 나이 사는 곳만 공유하고 모임이 시작됐다. 정말 실명일까? 나이와 사는 곳은? 내가 진짜를 말했으니 이 모임에 온 사람들도 진짜일 거라 시작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고, 그 값이 중요한 모임도 아니니 괜찮다.
모임 이끌이는 내가 부담스럽지 않게 나의 ‘시작’을 물어본다. 모임에 자주 나온다는 이는 내가 약간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게 자주 보자고 자주 말한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앞뒤로 어우러지게 이 두 사람의 분위기와 비슷한 톤으로 나를 둘러싼다. 교회 모임들(학생회, 순모임, 성가대 등), 학교 때 동아리, 회사 오클 외에 이렇게 사회인이 되어서 찐으로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서 하루를 보내고 심지어 밥까지 먹고 들어왔다.
와. 나 완전 밖으로 나가고 있다.
- 박경선, #12, 20240503.
박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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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선, #13, 20240504.
6K 하이킹 변산 관음봉
원래 계획은 변산 관음봉에서 일출을 보고 선운산까지 아침2산이었는데 어제 저녁 제대로 챙긴게 없이 고창에 내려와서 새벽 4시 30분에 내소사 주차장에 도착해서야 전등도 없고 심지어 등산화도 안 챙겨온걸 알았다
결국 일출 산행은 포기, 해안가를 돌며 사진 찍다 시야가 밝아진 6시에 돌아가 등산을 시작했다
내소사 일주문을 지나 재백이고개로 관음봉 삼거리에 도착, 앞 봉우리를 뒤로 돌아가 오르다 보면 어느새 관음봉 정상~🏔🥾
오르는 길도 정상에서도 조망이 좋아 경치를 즐기며 오르는 재미가 있었고 내려가는 길에는 선녀탕이 있는 분옥담 계곡을 볼 수 있어서 어느 산 보다 경광을 즐기는 재미가 있던 맛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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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20대인건 징그러운 일이다
빈지노를 좋아한다. 그는 우리시대의 아이콘이며, 예술가이자, 나의 우상이고 장래희망이다.
그런 그가 어떤 인터뷰에서 스치듯 한 말이 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나지만, ‘평생 20대인 건 징그러운 것 같다.’ 였나.
그리고 난, 이제 만으로도 30살이 되었다.
나는 계속해서 머물러있고만 싶다.
그래서 머물러있기만 한가 싶다.
내 그리운 어린 날들, 내 지나간 기억들에 나는 자주 사로잡혀 있다.
어른이 되보자는 그 어떤 주문보다도 강력한 한 마디다.
내가 생각하기로 여전히 소년이고 청춘인 사람이 하는 말은 너무나 큰 울림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실제로 많은 징그러운 이들을 봐왔고, 보고 있다.
그러니 나도 그렇게 징그럽게 비춰질 수 있다는 게 사뭇 놀랍고 무서운 일이다.
‘때’ 라는 게 있다.
어린아이의 마음, 소년의 순수함을 버리자는 건 아니다.
난 계속해서 청춘을 노래하고 싶고, 소년이고 싶다.
그러나 계속해서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억지부리며 막아서거나 거부할 필요는 또 없는 것이다.
난 지금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때를 살아가고 있다.
마땅한 책임감을 잘 짊어져보자는 것,
내 삶에 진실 되이 살아가자는 것.
그래서 징그럽지는 말자는 것이다. 그래보자는 것이다.
- 안경준, #16, 20240506.
얼리어답터
아버지는 1남 5녀의 장남이셨다. 아버지는 셋 째였지만, 아버지가 태어나기 전 모두 돌아가셨고 그렇게 장남이 되셨다고 했다. 아들 ‘귀한‘ 집에서 지게에 태워서 학교에 데려다 줄만큼 아껴 키우셨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에 할머니가 편찮으시면서 가세가 더 어려워졌고, 아버지는 서울로 상경해 친척 몇 촌인지도 세기 어려운 작은 아버지 집에서 일을 배우며(하며) 청소년-청년기를 맞으셨다고 했다. 청년이 되었을 때는 공장에 들어갔고, 그 때 공장 근처의 교회를 잠깐 다니셨다고도 하셨다. 그리고 어느 날 엄마를 친구의 소개로 만났고 결혼을 해서 오빠를 낳으셨다.
그 후 아빠는 가장이 되셨고 부모님과 다섯 동생들이 서울과 경기도, 그리고 고향에서 결혼하고 자리잡기까지 열심히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나를 낳으시고, 일하고 일하고, 가끔은 엄마와 오빠, 그리고 나와 여행을 하셨지만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설날과 추석 당일만 쉬고 주말도 없이 일하고 일하셨다. 80년대 90년대 우리나라가 성장할 때, 우리집도 풍성해졌다고 했다. 아버지는 시계 도매상이셨고, 뻐꾸기 시계 덕분에 집 사고, 동생들 결혼 시키고, 집 사는데 보태주고, 차 사주고, 시골에 할아버지 집 지어 드리고, 논 사드리고, 밭 사드리고, 또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셨다. 뻐꾸기 시계 덕분이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의 근면성실 근로, 하나님의 은혜였다.
일하는 아버지에게 물건을 사는 일, 특히 전자제품 신상을 사는 일은 특별한 어쩌면 유일한 개인적인 소소하거나 거대한 기쁨/행복이었던 거 같다. 나는 88올림픽 때 여섯 살이었는데 비디오를 사셔서 녹화를 하면서 기뻐하셨던 아빠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 전이었는 지, 후였는 지 무전기 같은 휴대전화를 시작으로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아빠의 전화기는 업그레이드 되었고, 286부터 우리집에는 각 버전의 컴퓨터가 있었고 계속해서 컴퓨터는 새롭게 새롭게 새로워졌다. 한 번도 아버지에게 무엇을 사 달라고 말씀 드린 적이 없었다, 휴대전화도 마찬가지였고, 부끄럽지만 서른이 되기 까지 나는 아버지가 늘 그렇게 바꿔주시는 얼리어답터의 자녀로 살았고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던 어리석은, 어린 어른이었다. (자동차나 냉장고 TV 등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이 분야는 내가 잘 모르니 길게 쓰지 않는다.)
노트북도 마찬가지였다. PC가 그랬듯, 랩탑도 그렇게 바꿔주셨었다. 그리고 2020년 아버지가 천국 가시기 전, 당신의 정신이 당신을 당신으로 기억할 수 있을 때 노트북을 갖고 싶다고 하셨다. 병실에 오래 계시게 되면서 아마도 큰 화면으로 뭔가를 보시고 싶었던 거 같다고 생각했다. 후. 노트북을 받고 아버지는 얼마되지 않아 돌아가셨다. 얼리어답터 아버지에게 랩탑은 아픔을 잊을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아니면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또 하나의 (연구/몰두할)거리였을 것이지만, 아빠는 자신을 잃은 몇 주간 나는 당신의 병실에 절대 오지 못하게 하셨었다. 그래서 랩탑이 당신에게 어떤 즐거움이었는 지 나는 영영 모르고 아빠의 마지막도 들어만 안다.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 되고, 2023년 재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나는 회사 PC를 가지고 집으로 들어왔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컨디션과 동일하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내가 랩탑을 받을 수 있는 차례가 되어서 오늘 받아왔다. 새 랩탑을 열고 설정 등을 바꾸면서 우리 집의 최초, 마지막, 영원한 얼리어답터 아버지 생각이났다. 아빠가 계셨다면 얼리는 아니지만 새로운 거 왔다며 진작 바꿨어야 했을 것이라 하실 거 같다. 일만하다 가신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는 얼리어답터로서도 열심히 사셨다는 생각이든다. (옷도 많이 사셨지만, 자식들과 아내는 신상 사주고 본인은 아울렛에서 ‘많이’사셨으니 결이 다른가?) 아빠가 지금 계시면 이제 자식들이 신상 사드리고 얼리어답터 계속 하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데. 퇴근하며 버스 광고로 붙어 있는 갤럭시AI를 보면서도 아빠 생각이 났다, 그 모든 것들이 천국에서는 너무나 필요 없으시겠지만. 오늘은 더 아빠가 보고싶다. 엄마는 아빠가 더 더 더 더 더 더 더 보고싶으실테니까 그만 FABLE 쓰고 마음 노트북 전원 꺼야겠다. 아빠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 박경선, #14, 20240508.
헌신과 가식
‘헌신과 가식’ 참 반대 스러운 단어인듯 보이지만 종이 한장 차이도 아닐 단어들이다. 사도들이 주 예수님의 부활하심을 증언하며 자기의 재물과 시간을 내어 나누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자녀임을 믿었기에 세상에 유익한 영향을 끼치며 살아가야 한다는 헌신의 마음이 먼저 정립되었을 사도들이 있었고, 재물과 시간을 내놓긴 아까웠던 사도도 있었다. 사도들이라고 왜 아깝지 않았을까. 이해는 된다. 그렇다면 명예와 추앙도 바라지 말아야지.
2천년전 일어났던 일들이 지금도 비슷하게 아니 거의 똑같이 일어난다. 신앙인이라는 가면 뒤에 예수님의 이름을 앞세워 자기 이익만 탐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내가 뭐라고 탓하고 평가하랴.
헌신을 선택할 것인가 가식을 선택할 것인가.
드디어 여름
여름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여름을 제일 좋아합니다.
여름을 제일 좋아한다고 하면, 딱 두 가지 답변이 나옵니다. (* 제 연구 결과 97%의 확률)
하나는 ‘나도><!’ 이고, 다른 하나는 ‘왜~~~~~???????’ 라는 역습 질문입니다.
‘왜?’라는 질문에는, ‘나는 여름이 정말 싫고, 여름이 제일 좋다는 너의 얘기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는 여러가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요. (* 이 또한, 제 뇌 내 연구 결과 96% 의 정확도)
제가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가, 누군가에겐 여름이 딱 싫은 이유라는 게 재미있다 생각하는데요.
아무튼 여름은 이렇게 극명하게 사랑받고 미움받는 신기한 계절입니다.
오늘은
머릿속에 단어들이 흐물흐물
좀처럼 또렷한 형태를 갖추지 못한다
막무가내로 몇 글자라도 일단 써 내려가기 시작하면
이번엔 가슴이 딱딱해져
의미없는 단어의 배열만 길어진다
이런 날엔 흘러가는데로 몸도, 마음도, 생각도
시간의 흐름에 맡긴채 그대로 정처없이 떠다녀본다
그러다보면 어느센가 어느 추억, 어느 감정, 어느 단어엔가
분명히 닿아 있음을 알아챈다
오늘은 흐물흐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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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회사 출근했더니 사물함에 이런 선물이 놓여져 있었다. 익명이었지만 편지에서 느껴지는 표현과 분위기만 봐도 어떤 천사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마침 사진첩에 저장해 둘 만큼 최근 찜해둔 책이었는데 누가 내 마음을 읽은 것마냥 깜짝 선물로 받아서 참 행복하게 시작했던 하루였다. 무엇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 선물을 정말 모처럼 받아서 더 그런가 (머쓱)
정성껏 포장된 선물 역시 얼마만에 받아보는지, 선물을 준비해 주신 그 분의 고마움과 존중의 마음이 함께 느껴져 포장지조차 버릴 수 없었다. 그러고는 고이 가방 속에 담아왔다.
집에 와서 쪽지를 다시 읽어보았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에게 아낌받는 존재나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느껴지는 것도 참말로 감사하고 복된 일일인데 예상치 못한 누군가에게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게 묘하면서도, 부끄러우면서도, 사실은, 기분이 엄청 좋았다. (물론 곧이 곧대로 티를 낼 순 없었지만) 어쩌면 그 점 때문에 더 선물 같은 하루였던 게 아닐까!
선하게 살려고 노력은 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입장을 생각해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매순간 쉽지는 않다.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등되는 순간도 많다. 그치만 그러한 태도가 짧지만 누군가에게 누적되어 힘이자 응원으로 또 지지로 전달되었단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후 요새 신앙생활 잘 못하고 있는데 다시 정신차리라고 이렇게 감사한 순간을 주시는 건지*~*)
그래서, 오늘 유난히 더 감사하고 의미있는 하루다.
앞으로도 성실히, 열심히, 감사히, 기쁘게 살아야지.
그래도 너무 애쓸 필요는 없고+_+ 주시는 마음대로~ 느낌 아니깐!
(P.S. 이상.. 최근 해외 출장으로 인해 너무 오랜만에 찾아온 이였습니다 T-T)
- 유하선, #6, 20240514.
무제
하루를 행복하게 보낸다는 것에 대해 퇴근길에 생각할 때가 있다.
행복이란 것이 가끔은 너무 멀게 느껴질 때도 있고, 가끔은 너무 사소하지만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찰 때도 있다. 행복의 모양이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때마다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 그래서 삶이 신비로운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세계문학전집
가난했던 내 어린시절. 방 위 켠에 책장으로 가려진 구석퉁이는 나만의 작은 세상이 되어 주었었다. 그 구석에서 읽었던 계몽사 세계문학전집.
교육열이 높았던 엄마는 어릴 때 1년 넘은 할부로 그 비싼 계몽사 전집을 사주셨다. 적은 월급으로 다섯 식구를 부양 해야 했던 아빠는 60권이나 되는 책이 아이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는 거냐며 언성이 높아지셨고 엄마는 서러움에 맞서 다투셨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이 다투시는 것은 너무 무섭고 슬펐지만 책장 가득 꽂여진 책을 보며 느꼈던 가슴 벅찬 감정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때 이 마저도 읽어 보지 못했더라면?! 중년의 나이가 된 지금 그때 그 계몽사 책은 없지만 세계문학전집 속 제목들을 찾아본다.
왕자와 거지, 보물섬, 데미안, 작은 것들의 신, 왕자와 거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솝 이야기.
뭔가 그냥 흘러가는 때가 있고, 그럴 때는 적어둘만한 말이 없기도,
내 안에 언어가 튀어 나오지 않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지나간 글들을 돌아 보는 것도 좋습니다.
기도문 쓰는 것을, 그리고 그 기도문을 읽는 것을(사실 내가 쓰고 내 글을 내가 혼자 좋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세 편의 기도문이 있습니다. Fable에도 남겨 두고 싶었나 봅니다.
<감사>
하나님, 일상을 살아가며 감사를 표현하기에 인색했던, 무감각했던 나를 돌아 봅니다.
작디 작은 것들에 감사의 고백을 드리는 삶으로 인도하소서.
허락하신 많은 것들을 돌아봅니다.
매일 마주하는 나무들의 푸르름과 때에 따라 피는 꽃들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음에,
어린 아이들의 웃음 소리에 반응하고 함께 잔뜩 웃어버릴 수 있음에,
사랑할 대상이 있음에, 그리고 사랑받을 수 있음에,
따뜻한 날에, 감사합니다.
돌아보면 감사할 껀덕지가 차고 넘칠 것을 알아가게 하소서.
허락하지 않으신 것들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애써 감사하지 않았던 것들도 돌아봅니다.
푸르름의 아름다움을 감사하는 우리는, 헐벗은 나무에도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소서.
어린 아이들의 웃음과 더불어 그들의 즉각적인 울음에도 반응하게 하소서.
증오의 대상을 두고 씨름하게 하소서.
비가 오는 날과 바람이 부는 날에, 그리고 사막에도 감사할 수 있게 하소서.
세상 많은 것들은 선하신 당신 안에서 감사의 내용이 되어갑니다.
우릴 향하신 사랑이 이따금씩 의심될 때마다,
의심을 깨부수는 사랑으로 우릴 안심시켜 주십시오.
그리고 이미 십자가에서 당신의 사랑은 우릴 안심시키고 계셨음을, 발견케 해주십시오.
감사, 감사, 많은 것들에 그리고 살아가며 모든 것들에 감사해나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평안>
평안의 주님,
영원하시고 무한하신 주님,
그러나 작디 작은 아기로 냄새나는 말구유에 누이신 주님,
유일하신 우리의 위로가 되시는 주님.
우리의 일상은 무겁고 무섭습니다. 불안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릴 안심시킬 여러 것들을 붙잡고 추구합니다.
환경을 만들어갑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얻어낸다해도, 그리고 어느 날 그 모든 걸 잃는다 해도,
참된 평안은 오직 당신께만 있음을 삶에 자락들마다 고백해내게 하소서.
환경에서 오는 안전함 보다 더,
관계에서 오는 안온함 보다 더,
명확하고 완전한 당신의 평안을 구합니다.
평안을 구하는 우리게, 허락하시는 역설적인 고난 가운데에서도
그 한 가운데를 지나며, 혹은 다 지나고 난 뒤
평안의 주님을 끝끝내는 고백해내도록 우릴 인도하소서.
그 고백을 받아내소서.
그래서 내 삶의 이야기 속에 주님과 함께 한 진한 이야기가 남게 하소서.
그리고, 그래서,
내게 경험시키신 평안을 내게만 머무르지 않게, 평안이 흘러가게,
내 그릇에 넘치도록 당신의 평안을 채워주소서.
매일 밤 평안에 평안을 더하소서.
매일 아침 평안에 평안을 더하소서.
뜨겁도록 평안케 하소서.
시원케 평안케 하소서.
<환희>
우리의 웃음 가운데 함께 하시는 하나님.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기쁨을 매일 매일 경험하고 싶습니다.
우리를 기쁘게 하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당신으로만 완전하게 기쁠 수 있습니다.
삶의 문제들을 가지고, 어렵고 답답해서 당신과 결판을 내겠노라,
씨름 하고자 당신의 허리춤을 잡을 때,
되려, 잡힌 허리춤의 내 손을 뿌리치지 않으시고
기왕 마주한 거, 함께 춤을 추자고 이끄시는 당신과의 한바탕 춤판을 통해
기쁨과 환희의 축제를 경험케 하소서.
그래서 우리는 고통과 고뇌를 넘어
즐거움과 웃음의 하나님나라의 잔치를 경험해 나갈 것입니다.
온 세상에 참 많은 사랑스러운 온갖 존재들을 보며 우리가 미소 짓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우릴 바라보시는 당신의 시선과 당신의 미소가 꼭 이러하리라 기대합니다.
미소를 숨기는 법을 모르시는 당신께
기쁨의 무장해제를 선사하는 우리가 되게 하소서.
함께 나누는 미소 속에서
기쁨이 회복되어 갈 것을 기대하고 소망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해봅니다. 아멘.
- 안경준, #17, 20240517.
지금 나의 실패는 다음의 나의 어떤 성공보다 클까
첫 실패는 실패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실패였지만, 외고 입시 시험이었던 거 같다. 그리고 다음 실패는 포기였는데, 고1 때 문예창작반에 들어갔다가 고문관 언니들의 꼰대 짓이 싫어서 2학기가 되자마자 도망쳐 나온 것이었다. 담임 선생님께 부탁해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 한 일이지만 탈퇴라는 경험이 아주 좋다고만 할 수도 없을 거 같다. 다음 실패는 수능. 마지막 특차가 있었던 나의 수능을 말아먹고, 그래도 재수 없다고 집에서 먼 대학을 갔던 실패가 십대의 마무리였다.
20대의 첫 번째 실패는 박카스 대학생 국토대장정이었다. 이건 이 때까지의 내 인생의 어쩌면 가장 큰 스케일의 성공이었는데, 완주를 하지 못했다. 육체적인 고통도 힘들었지만, 밤마다 또 꼰대 짓을 하는 복학생 같은 인간들 때문이라고 적고 싶다. 물론 모르겠다, 그들이 없었더라도 완주할 수 있었을 지는. 그리고 두 번째 실패는 임용고사 낙방s다. 여러 번 떨어져서 s를 붙였다. 새벽 첫 지하철, 노량진 학원, 질리게 먹은 삼각김밥과 독하지 못한 나의 의지. 마지막으로 첫 연애 실패. 개인적인 바람도 있었지만, 결국 20대의 나는 부모님이 바라시는 직장이 있는 어른이 되는 목표는 있었는 데 목적이 없이 방황했다.
30대가 되고, 호주 시드니에서 1년 오직 하나님만 바라볼 수 있을 때 실패를 멈출 수 있었다고 쓰고 싶지만, 이 때도 나는 또 실패하였다. 워홀로 가서 돈을 많이 번 것도, 어학 실력을 늘린 것도 무엇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게 100% 실패일까. 포기하지 않았고 365일 꽉 채워 건강히 귀국하고, 여행도 많이 했는데. 게으름 때문에 마일리지 쌓지 않은 실패? 더 적극적으로 그 시간을 누리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실패? 아니면 스스로 성공이라 말하지만 어쩌면 다 실패? 30대에 시작한, 월드비전 입사하고 실패들은 다 적지 않겠다. 지금도 나는 월드비전 다니니까.
아직 40대를 살고 있으니, 40대의 실패는 아직도 아프지만, 기억해본 10-30대의 실패들은 지금의 어떤 성공보다 컸던 게 맞는 거 같다. 그 때의 나를 부정하면 지금의 내가 비참해서도 아니고, 미화하는 것으로 해피엔딩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정말로,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라는 것을, 살 수록 느끼기 때문이다. 더 살아보면 지금 이렇게 끄적이는 fable 활동도 그렇게 어느새 의미가 있는 실패가 될 수도 있겠지. 성공도 실패도 아닌 활동이지만, 다음을 위해서 실패가 되는 것도 감사하게 받.겠.다. 실패 때문에, 현재의 나는 받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예수 탄신일
석가탄신일에 잘 쉬었다.
순간 석가탄신일에 “부처핸섬!”을 외치며 "부처님이 참 좋은 날 태어났다"라고 농담을 했던 것이 생각났다.
부처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도 석가탄신일에는 하루를 쉬면서 아주 잠깐이라도 부처에 대해 생각한다. (허접한 생각이지만..ㅎ) 하지만 반대로 예수님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성탄절에도 예수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크리스마스’와 ‘성탄절’이 ‘발렌타인데이’ 처럼 상업적으로 이용되며, 마냥 먹고 즐기는 날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사람들이 “아! 크리스마스가 그리스도(Christ)의 미사(mass)를 의미하는 단어였구나! 아~ 성인(예수)이 태어난 날이 성탄절이구나!“ 하고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 보지도, 찾아보지도 않는다.
어떻게 하면 성탄절에 잠시라도 예수님을 떠올릴 수 있게 할까?
이제 “예수탄신일”이라고 부른다면?
직관적으로 ‘예수’라는 단어가 들어갔으니 사람들이 한순간이라도 예수님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까?
정신과 일상의 시차
한주를 돌아보면 아무 기억도 없이 지나가버린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일주일은 과연 일주일이었는지 일년이었는지 모를 시간과 정신의 방에 들어갔다 나온것 같은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지난 한 주는 청솔모와 댕댕이, 뒷산과 함백산, 동네 병원과 리조트 의무실, 동적과 정적이 교차와 대칭을 이룬 긴 터널로 이어진 평행 세계를 오간 것 같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한주였다.
석가 탄신일 자비로운 마음으로 동네 뒷산에서 마주친 청솔모에게 베푼 마카다미아 두 알은 두 손가락의 피 튀긴 상처로 되갚아지는 걸 보며 깊은 깨달음을 얻고, 하산해서 찾아간 동네 병원에선 정신없아 바빠서 정작 진료 시간보다 대기 시간이 스무배는 더 길고 제대로 인사 나누기도 힘든 데, 매일 해야 하는 상처 부위 드레싱을 위해 금, 토, 일 출장지 리조트 매일 찾아간 의무실에선 너무 한적해서 귀한 손님처럼 대접 받으며 담소를 나누면서 대기 시간 없는 긴 진료시간을 경험했다.
동네에선 동네 뒷산을 왕복 30 여분으로 다녀왔는데 정선에선 고도 1500미터가 넘는 산을 30여분 만에 다녀왔고, 낮시간 땡볕의 행사부스 한정된 공간에 8시간을 서서 있어야하는 정적인 활동의 에너지를 채워 넣기 위해 1000미터가 넘는 산(이미 리조트의 해발고도가 1000미터 가까이이긴하지만)을 1, 2시간 가량 타는 동적인 활동을 출장 온 매일 새벽마다 해야했다.
월화수목금금금 쉬는 날 없이 지나온 일주일어서 그런지 정선을 오가는 길 수많은 터널을 지나면서 터널 시차를 겪어서 그런지 어쩐지 정신의 시간과 일상의 시간이 조금 어긋난 일요일 밤, 그래도 내일은 변함없는 월요일, 나는 또 아침 7시에는 사무실에 있을테지, 그러면 어긋난 정신과 일상의 시차도월요일 7시 사무실이라는 일상으로 다시 맞춰져 리셋되겠지만, 다음 한 주는 또 어떤 월화수목금금금의 한 주가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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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건 사진인데, 그걸 알면서도 놓쳤다 -
그래도 음식 사진이라도 남아있음에 나오는 안도감이랄까
이 사진만으로도 이 날을 기억하기에 충분해서.
음식 사진보면서 따뜻해지기는 오랜만이다.
한결 같이 따뜻한 손난로둘 덕분에 😊
무제
내가 사는 세계가 가끔은 몇 겹으로 둘러싸여 있는지 잊곤 하는데, 특정 사회 이슈가 터지면 피부 깊숙이 체감하게 될 때가 있다. 나의 세계, 내 가족의 세계, 직장에서의 세계, 그리고 우리 사회의 세계 등등 몇겹의 레이어가 오늘따라 존재감을 마구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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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저의 믿음 없음을 용서하여 주소서. 이렇게 말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저는 또 넘어집니다. 이럴 수 있냐고 할 때, 주님은 저를 부끄럽게 하시고 말씀하셨네요. 너가 했니? 그게 맞니?라고 말씀하시고 저를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그곳에 제가 필요하여 보내신다 듣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뿌엥ㅠ
- 박경선, #16, 20240521.
출장 길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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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으로 가는 출장길 광주원주고속도로 양평휴게소 화장실 앞에 뽑기 기계 대여섯대가 놓여있다. 그 중 큰 인형 뽑기 기계 속 초록의 길쭉한 개구리 인형이 눈에 자꾸 들어온다.
어린 시절 지지직 거리던 AFKN 채널에서 어쩌다 보게 되었던 인형극 프로그램의 개구리 인형과 꼭 닮은 외모때문일까?
어쩌다 운 좋게 첫 시도만에 나오는 통에 몸통을 넣어서 내적 기쁨을 ‘오’ 한마디로 함축해 내뿜었는데 한쪽 팔 가녀린 손이 통 옆 인형 틈에 살짝 걸쳐서인지 떨어져 나오지가 않았다.
아쉬움의 ‘아’ 한마디 내 뱉고 한번 더 천원을 결재하고 몸통을 살짝 들어 통속에 넣었는데 또 나오질 않는다. 안타까움의 ‘왜’ 한마디를 내뱉곤, ‘그래 너무 가볍게 넣어서 그런가 보다, 들어서 다시 떨어뜨리면 나오겠지!’ 스스로를 토닥이고 천원을 한번 더 결재한다.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살짝 들어 그대로 내렸는데…여전히 개구리는 포식자 앞에서는 죽은척 미동도 않는 진짜 개구리마냥 나오는 통에서 떨어져 나오질 않는다. 이성을 살짝 놓고 기계를 몇 번 흔들어 보다가 휴게소 번호를 검색해 통화를 시도했다.
금새 나온 관리 직원에게 설명하니 직접 수리는 불가능하고 기계 업체 사람을 불러야한다며 삼천원을 바로 환불해주었다. 인형을 꺼내줄꺼라 기대했는데 실망을 한숨을 푹 내쉬고 같이 온 동료들과 점심을 먹는동안에도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다.
대충 배속을 채우고 뽑기 기계 코너로 돌아가보니 관리 직원이 해당 기계에 고장이라고 붙여놓은 종이가 보이고 여전한 자세로 죽은척하고 있는 개구리도 보여소 왠지 안심이 되었다.
한번만 더 하면 그냥 나올것 같은데 하는 생각에 알짱거리는데 측은지심을 느낀 동료 직원이 한번 더 해보라고 고장이라고 붙인 종이를 살짝 들고 천원을 결재해주었다. 그리고 정말로 신기하게 아무렇지 않게 바로 나오는 통 하단이 열리고 꺼내는 여닫이 창으로 떨어져 내려서 우여곡절 끝에 득템!!!
사람도 개구리도 한치 앞을 모르기는 매 한가지구나 생각하며 동료에게 감사, 휴게소 관리 직원에게도 감사, 기계 사장님에게도 감사, 무엇보다 이 짧은 시간속에서도 기쁨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마음속에 노래를 부르며 개구리 인형을 종일 등에 메고 애착 인형으로 하루를 같이 보냈다.
나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셀수 없이 많은 여느 뽑기 기계의 인형과 다름없을테지만 나에겐 어릴적 아주 멀게만 느껴졌던 무언가에 닿았다는 게 참 묘하고 신기하고 마음이 물컹물컹 둥실둥실 나에게만 느껴지는 시간여행 통로로 몸은 그대로지만 마음만은 잠깐 그 시절이었던 오늘 하루 뿌듯했다.
- 김경태, #16, 20240525.
굿바이 마이 프랜드
나는 비디오 테이프 세대다. 어린 시절 비디오를 보는 건 삶의 큰 낙이었더랬다. 엄마가 가끔 서프라이즈로 빌려다주는 백터맨 비디오, 내가 직접 가서 고르고 골라서 보는 주말의 비디오, 극장 가서 본 영화인데도 비디오가 나오면 꼭 한 번 더 빌려서 봐야 했던 그 어린 날들의 추억들이 남아있다.
<굿바이 마이 프렌드>는 아마 고모가 준 비디오였는데, 그래서 빌리러 나갈 필요 없이 늘 우리 집 티비 다이 안에 들어있던 비디오였다. 닳고 닳도록 본 비디오였는데, 아마 마지막으로 본 게 20년 전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영화를, 20년만에 OTT에서 발견했다. 그 날은 내가 평일 커피를 끊고, 금요일이라서 오랜만에 커피를 다시 마신 날 이었는데 그래서였을까 새벽까지 잠을 뒤척이다가 이럴거면 영화나 한 편 보자 하고 빔을 켠 김에 딱 떠벼려서, 운명의 이끌림으로(?) 선택하여 보게 된 것이다.
줄거리를 굳이 요약하지는 말자. 어차피 수십번도 더 본 영화이니. 그런데 새삼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영화를 보는 ‘나’가 꽤나 많이 달라졌다. 그냥 시간 떼우느라 봤던, 비디오를 좋아해서 봤던 어린 시절과는 다르게 나름의 세상을 경험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고민하고 상처받고 기뻐하고 하는 온갖 과정 속에서 내 감상의 폭이 넓고 깊어졌다는 얘기다. 어린 시절 그냥 넘어갔던 장면들이 이제야 왜 그렇게 구성이 되어있는건지 이해가 되었다.
결국 제일 중요했던 장면은 엔딩인데 에릭이 관 속에 누워있는 덱스터의 신발 한 짝을 가져가고 자신의 컨버스를 안겨주는 씬 이다. 이 장면의 진짜 내용을 이해하려면 둘이 강가에서 텐트를 치고 잘 때의 장면으로 돌아가야한다. 덱스터는 에이즈로 투병하면서 언제든 자신이 죽을지 모른다는 두렴과 죽음 이후에 광활한 우주에 혼자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이럴 때마다 악몽을 꾸며 깨어난다는 얘기를 한다. 이에 에릭은 자신의 컨버스 한짝을 내어주며, 이걸 꼭 붙잡고 우주 한가운데가 아니라 그냥 나는 에릭의 신발을 쥐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라며 너무 무서워 말고 외로워 말라는 이야기를 건넨다. 결국 덱스터의 죽음 이후 에릭이 자신의 신발을 다시금 안겨준 건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가 넓은 우주에서 외롭고 무서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순수한 우정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90년대 중반의 영화들이 주는 편안한 색감, 당시의 시대상, 그때의 순수함이 새삼 좋다. 비포 선라이즈도 그러했고 굿바이 마이 프렌드도 그렇다. 그때의 영화가 주는 순수함은 시대의 순수함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 시대를 순수하게 살았던 내 모습의 투영인 것일까 답은 모르겠으나, 어쨌든 순수함을 가끔씩 다시금 꺼내게 하는 작품들을 연달아 볼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다시 돌아와서, 에릭의 신발 한 짝이 덱스터에게 광활한 우주 속 외로움을 달래 줄 무언가 였던 것 처럼, 내 삶의 나날들에도 이런 우정을 나눌 벗 한 사람과 신발 한 짝이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리라.
- 안경준, #18, 202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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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평생 고질이던 허리통증을 안고 계시는 엄마가 수술을 결정하시고도, 의사들의 이기적인 다툼속에서 일정이 미뤄지다 드디어 수술을 하시게 되었다. 재활치료전문 병원으로 전원 후 치료까지 두달여만에 퇴원을 하셨다. ‘딸 셋 둔 엄마는 참 다행이다’라고 하시며 연신 수술의 걱정과 고통, 걱정, 두려움 등을 이겨 내셨다.
엄마 말씀대로 우리 세자매는 평일과 주말 조를 이뤄 엄마 옆을 지켰다. 딸들 앞에서는 속옷조차도 안갈아 입으시려는 깔끔한 성격 탓에 간병인 손도 빌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수술 후 소변줄을 차야 하고 큰일은 혹시 기저귀를 사용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하는 간호사의 설명을 들으며 갑자기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하여 또 얼마나 당황했던가.
다행히 수술은 잘 이루어져 끝났고 생각보다 통증은 더 심해 일주일 넘게 마약진통제를 써야 했지만 엄마의 표정은 50년 넘게 이고 지고 견뎌온 삶의 고통을 이제야 후련하게 내려 놓을 수 있겠구나 하시는 평안한 모습이셨다.
나는 이렇게 하면 될 것을 왜 이제야 모시고 왔을까 하는 죄스러움과 안타까움에 마음 저 깊은 곳이 너무 아팠다.
엄마 건강만 하세요. 이제 좋은 날만 있을테니까요.
- 이현주, #10, 20240528.
5월 28일 월요일
기록해둬야 마땅한 날이 있다.
서울 살이 3년차, 이렇게 맑디 맑은 날을 본 적이 없다.
날씨가 좋으면 미쳐 날뛰는 ‘나’ 이지만,
어제는 정말이지 소위 ‘미친’ 날씨였다.
미세먼지가 좋음, 양호, 가끔은 ‘나쁨’ 이더래도
날씨가 아깝다며 달리기를 하고 숨을 많이 쉬어둬야 하는 편인데,
어제는 정말 공해 하나 없이 선명 그 자체, 또렷 그 자체,
거의 조선시대 하늘이 이랬을까 싶을 정도의 청명한 날이었다.
그래서 퇴근 후 동기들과 남산으로 향했고,
낭만을 즐겼으며,
돈까스를 먹었다. (낭만의 정점에는 돈까스가 있다.)
그리고 마시는 남산 위에서의 맥주 한 캔까지.
날씨만 좋아도 이렇게까지 행복해질 수 있다.
지구별이 조금 더 깨끗해졌으면 좋겠다. (물티슈로 책상을 닦으며 할 소린가.)
- 안경준, #19, 20240529.
배려
아이를 키우면서 늘 받는 것에만 익숙한 아이의 모습에서 오늘 처음으로 배려의 모습을 보았다. 엄마 무릎에 앉아 엄마에게 기대 누워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보다가 엄마가 “으읏, 배가 조금 아픈것 같아. 갑자기 왜그런지 모르겠어.”라고 말을 하자 “엄마. 나 그럼 아래 내려가서 앉을게. 엄마 배아프니까.”라고 말을 했다. 주고 받는 마음이 이런걸까.
- 전수림, #11, 20240531.
ㅎ
헤헤😚
- 허윤경, #6, 20240531.
샬롬_송정미
샬롬
내니 두려워 말아라
나의 아들 나의 딸아
안심하라
샬롬
나의 평안을 주노라
세상과는 다른 평안
두려워 마라
샬롬
평강 있을지어다
아버지께서 날 보냄 같이
나도 널 보내노라
두려워마라
샬롬
샬롬
- 박경선, #17, 20240531.
비전밋
5월의 끝자락, 금요일 아침에 팀장님과 비전밋 시간을 가졌다. 우리팀은 팀원이 스무명이나 되다 보니 팀장님의 컨디션을 생각해 항상 가능한 짧게 마무리하려고 애썼는데 8시에 시작한 내 비전밋 다음 타임은 10시라는 말을 듣고 그동안 마음에만 품었던 그 주제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우리 기관의 팀장 이상의 리더십은 대부분 30대 중, 후반에 팀장을 시작으로 관리직군에서 최소 10년 이상을 지속하고 있고 60년대 생의 정년이 끝나는 6년 이후까지는 아마도 큰 변동 없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미 40대 후반으로 향하는 나에게는 내 바로 직전 나이대인 70년대 초, 중반 선배들과 나이 차이에 비해 그러한 실무자에서 관리자로 넘어가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지나치게 길고, 관리자에서 정년까지의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꼬인 군번 같은 상황에 대해 푸념 아닌 푸념과 함께 굳어가는 머리와 느려지는 순발력으로 과연 후배들에게 폐 안 끼치고 얼마나 실무를 더 오래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는 마음의 부담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연 나는 어떻게 정년까지 남은 커리어를 보내는 것이 조직에도 내게도 동료들에게도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을지, 과연 이런 나라도 팀장으로 관리직군으로 넘어갈 기회가 주어질지에 대해서도 두서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정확한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얻거나 해결책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묵혀 놨던 이야기를 꺼낸 것 만으로도 마음이 한 결 편해졌다.
스스로 알고 있다. 내가 이미 많은 기회들을 놓쳤음을, 그럼에도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무엇 하나 내세울 기술이나, 능력이나, 심지어 정치력도 참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그래도 스스로를 잃어버리지 않고 감성과 낭만을 버리지 않고 매일 매일을 즐기며 시간을 빼곡히 채워 부족함을 채워 가다 보면 사람에겐 인정받지 못해도 하나님은 칭찬해주시겠지.
- 김경태, #17, 20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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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5월은 어땠나요?
저에겐 청솔모, 댕댕이, 개구리 3개의 단어가 뇌리에 남은 한 달이었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드디어 혼자가 아닌 맴버와 함께 '일자영활(일상의 자극과 영감을 주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는 기쁨이 가장 컸던 한 달이었습니다~🤩
'Fable'의 네번째 '일자영활(일상의 자극과 영감을 주는 다양한 활동)' 주제 '은하수 원정대'는 비록 은하수를 담아오진 못했지만 백마고지에서 감성만은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엔 더 많은 분들을 모시고 일자영활을 진행 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5월에는 8명의 작가분들이 29개의 문장을 남겨주었습니다. 야외 활동하기 좋아지는 계절만큼 활동 하는 작가분들은 줄었지만 챌린지가 지속되면서 더욱 내면의 이야기를 개성있게 잘 풀어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앞으로의 기간도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질지 더욱 기대된답니다.
님~!
'42주 챌린지' 계속 관심 가져주시고 구독 끊지마시고 '일자영활'에도 일정되시면 같이 체험하며 2024년 끝까지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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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이제 무더위가 시작되는 만큼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주제로 6월의 '일자영활'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장소: 미정
🕙스케쥴: 6월 14일(금) 퇴근 후
🧡기타:
아직 구체적인 장소나 시간은 정하지 않았습니다.
팀즈 메신저로 금주 중에 일정 체크하고 확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일자영활'은 누구나 각자 호스트가 되어 개별의 주제와 일정으
로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님만의 일상에 자극과 영감을 주는 찾아서
혼자 하셔도 되고, 함께하고 싶은 활동은 언제나 공유하고 초대해서 모두와 함께
하셔도 됩니다. 일자영활에 대한 공지는 지금은 제가 호스트인 활동만 뉴스레터
에 담고 있는데 미리 말씀해주시면 뉴스레터에 내용을 담아 공유하도록 하겠습
니다. 그리고 일자영활의 게스트는 활동작가가 아닌 구독자분들도 참석 가능하고
지인분과도 같이 참석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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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le>은 맴버들과 연간 다양한 활동과 글쓰기 '42주 챌린지'(2월 부터 11월까지 매주 한 줄이든 한 문장이든, 이야기 한 편이든 자유롭게)를 함께 하며 페이지를 채워나가고 연말에는 글과 활동 사진을 엮어 한 권의 책을 완성하려고 합니다.
님의 일상에도 한 방울의 영감을 더해주는 <Fab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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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LE>
발행인 : 옆집오빠
편집장 : 허작가님
활동작가 : 유하선, 이현주, 김경태, 전수림,
박경선, 유수경, 허윤경, 안경준
kyeongtae_kim@worldvision.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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